도서리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시미 이치로]. 도서 후기 #1

anamong 2021. 8. 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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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눈에 띄는 순간에 '이 책을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나의 인생 모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는 삶에서 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사소한 행동으로부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분석하는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아이디어를 대중화하기 위해 심리학자나 철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으로 어려운 개념을 쉬운 말로 설명해 준다.

나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포기해야 할 것 같았는데 사전에 모르는 단어를 자꾸 찾아 보니까 많은 개념을 알게 되고 결국에 일주일만에 책을 다 읽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서는 콤플렉스, 부모와 자식 또한 형제자매의 관계, 대충 인간관계, 아이들 교육, 열등감, 자기수용, 공동체 감각, 그리고 인생 의미까지 여러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살펴보니까 이와 같은 책은 한번 아니라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읽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인생을 변화시키는 '역전의 발상'

1부에서는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전기를 분석하고 '개인심리학'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모든 사람은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개인의 독자성에 주목한다. 또한 여기서 모든 인간은 서로에 대등하다는 개념에 대해 처음 이야기하는데 이 점에서는 아이는 어른과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가 절대적인 진리를 모른 채 태어나고 세상을 배우면서 실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원론적 사고에 반대하는 아들러의 개념이 무척 재미있는 것 같다.

 

나도 이 개념에 대한 공감을 한다. '너는 나와 달라' 착각의 사고방식 때문에 사회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어린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내국인과 외국인... 우리는 모두 똑같고, 더욱이 우리는 다양한 상호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관계, 인간과 우주 관계까지. 우리의 모든 행동은 서로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책의 제목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라니까 내용에서 삶을 바꾸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나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들러의 대답은 '의미부여를 달리하면 미래도 달라진다'라는 것이다.

 

이 생각과 전적으로 공감한다. 어떤 상황이 생기든지 우리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예를 들어 꿈을 향해 가는 길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 바람에 세상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말하겠지만 다른 사람은 문제를 도전으로 인식하고 시련 끝에 행복이 올 것을 믿으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결국에 성공한다. '어떤 사람은 물웅덩이에서 진흙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에 비치는 별을 본다'라는 말이 있듯이 똑같은 상황인데 사람마다 의미부여가 달라서 마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을까?

인간은 상황에 부여하는 의미를 스스로 결정한다. 따라서 '생할양식(lifestyle)'도 모두가 선택하는 것이다.

생활양식은 '자신은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자기개념), 타인을 포함한 세계의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세계상), 자신과 세계에 대해 어떤 이상을 품고 있는가 (자기이상)'라는 것이다.

생활양식은 수많은 년 동안 해 온 생각과 반복적으로 해 온 행동과 습관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정해진 삶의 방식으로 오래 살수록 이런 삶 스타일이 너무 익숙하게 되고 편하게 느끼니까 생활양식에서 벗어나려면 불안과 약간의 위험성까지 느끼게 된다. 그래서 뭐가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아도 그냥 예전부터 사는 대로 살기 더 낫다고 여긴다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로 말하면 'comfort zone'라는 말이 있다. 벗어나기 어려운 안전지대이다. 그런데 변화의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껴도 삶을 바꾸려면 일단 생활양식을 바꾸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각도 행동도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지만 변할 수 없는 것이 없다. 변하고 싶지 않은 것만 있다. 아들러는 생활양식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살면서 정하는 것이라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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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의 정체

나는 자기계발을 하는 중이라서 요가와 명상을 자주 한다. 요가 가르침 중에 하나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행복은 무조건이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밝은 빛이 있다. 그 빛의 이름은 '지금'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살도록 노력하고 있는데도 순간마다 무조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예 쉽지 않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예상대로 안 된 일이 생길 때는 기분이 가끔 지하까지 내려간다. '그러지 마! 고마울 줄 알아야 돼!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닌데 왜? 이런 순간에도 행복해야 돼!' 나는 자신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간은 언제나 모든 순간에는 행복과 만족함을 느꼈으면 사회 발전이 여기까지 왔을까?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것을 바꾸려는 노력 덕분에 우리는 지금 매우 편하고 발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도 나의 불행과 불만족 덕분에 자기계발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나의 실력을 향상시키면서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도록 애쓴다. 세상은 날마다 바꿔 가고 있는데 나는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삶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이다. 그러면 불행과 불만족은 그렇게 나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나는 몇 달 전에 이런 결론을 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거의 똑같은 주장을 봐서 나의 놀람이 얼마나 컸는지!

 

아들러의 개념에 따라서 이러한 우월성의 추구를 이루는 것이 열등감이다. 이 사상에 온 순간부터 인간은 무력감을 가지고 있다.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은 어떻게든 그 상태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첫걸음을 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조금 더 커지면 학교에 가서 여러 과악도 배운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지식도 필수이다. 그래서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고 오늘보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에 추구하는 것은 자연적이고 정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열등감은 '타인과는 비교가 아니라 이상 속 자신과 현실 속 자신의 비교'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말을 읽고 마치 내가 몇 달 전에 했던 질문에 대답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면서도 오늘만의 가치와 소중함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내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미래에만 너무 집중하면 안 되고 오늘도 즐기고 행복하게 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가는 길이니까.

인간의 열등감은 자연적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당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월콤플렉스나 열등콤플렉스가 생기기 쉽다. 이러한 콤플렉스들로 인하여 차별이나 전쟁 같은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면서 모든 타인은 '적'이 아니라 '친구'인 것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대등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도, 상사와 지하도, 교사와 학생까지 (지식이 많아서 교사가 학생보다 더 잘난 것은 아니다). 사라들은 이런 것을 파악하면 모든 문제를 화목한 대화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는다.

타인과 경쟁하는 것은 건전한 것이 아니다. 늘 이런 경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경쟁에서 이겨도 언제 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하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고 더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능력도, 지식도, 외모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라톤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대 우승할 수 없다.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사람,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느리는 사람이 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말하면, 건전한 열등감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 속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다.

 


제3부. 인간관계 전환하기

 

타인을 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야말로 인간관계 고민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인간관계를 맞으면 거기에는 마찰, 미움, 증오, 배신 같은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은 인간관계에서만 얻을 수 있다. 타인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면 인생이 많이 바꾼다고 말한다. 다만 아들러는 '인생의 이미'는 공통된 의미로 발아본다. 모든 인간에게 공동체 감각이 있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활동, 목표, 이상 등은 인간이 합력이라는 대의명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기본 욕구의 하나로서 '소속감'이 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학교이든, 어딘가 공동체 안에서 '나 여기 있어서 좋다'라는, 자신에게 있을 곳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아이를 건전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적이 아니라 서로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친구이니까.

 

타인을 친구라서 여기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타인이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옳은 생활양식이라고 결론할 수 있다.

제4부. 자신과 타인에게 용기 불어넣기

아들러는 '개인의 행복과 인류의 행복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은 '공동체 감각'이라고 설명한다.

 

공동체 감각에 대해 말하면 일단 '자기수용'부터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것은 자기수용에서 비롯되니까. 좋든지 나쁘든지 상관없이 있는 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받아들이면 그다음에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 자신의 가치를 모르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콤플렉스가 생기고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고 '공동체 감각'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앞에 말했던 대로 인간관계야말로 삶의 행복과 기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삶을 바꾸려면 먼저 오늘의 자신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가족, 지역사회, 국가 등 여러 공동체에 살고 여러 행동을 하면서 공헌을 한다. 그런데 갓난아이나 노인 같은 경우에는 아무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재만으로도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도 공헌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공헌한다고 느낄 때 자신의 가치가 있다는 느낌도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가치가 있는 존재인 걸 깨닫고, 있는 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 변화의 첫 번째 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개념의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설명을 읽어 보면 많은 것을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매우 재미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의 개념을 쉬운 말로 설명해 주고 여러 일반적인 사례도 살펴보니까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내가 한 모든 결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지금도 나는 나의 인생에 대충 만족을 느끼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생활양식을 조금 바꿔야 한다. 사소하지만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행동부터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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